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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삼현 [20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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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1
  • 조회수 :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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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날씨답지 않게 햇살이 따뜻한 오후. 전북 익산에 있는 김삼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의 첫인상은 ‘순수청년’. 사실 김삼현 작가는 1971년 생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를 말해주는 건 앞머리 사이로 몇 가닥 보이는 희끗희끗한 새치뿐. 수줍은 듯 살포시 웃는 미소와 누가 봐도 학생처럼 보이는 동안은 삼십대 후반인 그의 나이를 믿을 수 없게 한다. 순수해 보이는 외모만큼 김삼현 작가는 가식적인 것을 싫어한다. 인터뷰 내내 이 정도는 적당히 꾸며서 얘기해도 좋을 텐데…하는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시종일관 솔직한 말로 답을 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가의 솔직함은 작품에 그대로 나타난다. “저는 쉬운 그림보다는 노력이 들어간 작업을 선호합니다. 설령 보는 사람이 제 작품을 보며 힘든 느낌을 갖게 되더라도 제 땀으로 작업한 것은 나중에도 더욱 애착이 가거든요.” 전통공예처럼 곳곳에 장인정신이 깃들어있는 작품. 바로 ‘노력’을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그가 추구하는 작품상이다. 보통 작품 하나를 끝내는데 3~4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 「내 이름은 ‘큰 웅덩이 검은 하늘 긴 그림자’」는 그의 작업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크릴로 바탕을 여러 겹 충분히 칠하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려 번진 듯 여러 색상의 어우러짐을 만들어낸 후 다시 마무리 작업을 통해 표현된 색감은 「내 이름은 ‘큰 웅덩이 검은 하늘 긴 그림자’」의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아크릴은 마르는 시간이 빨라 다루기에 까다로운 재료이지만 소금과 아크릴이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그 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나타낼 수 있었다.

    탈해왕의 이야기를 다룬 「바다를 건너온 석탈해」도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 포토샵을 이용한 이 작품은 바탕색을 여러 겹 깔고 라인 하나하나를 벗겨내는 스크래치 작업으로 섬세한 농담과 세밀한 디테일을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견고하며 짜임새 있어 보이는 스타일이 역시 김삼현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직 교편을 잡고 있냐는 질문에 2년 전부터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답하는 그. 모교인 전북대를 비롯 상명대, 한양여대 등에서 교편을 잡아봤지만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직은 작가로서 혼자 하는 작업이 훨씬 적성에 맞는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교수보다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그다.


    고향집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실은 그저 한눈에 봐도 참 깔끔하단 느낌이다. 작업실 한 켠을 모두 차지하며 길게 늘어선 널찍한 작업대와 테이블, 선반을 장식한 귀여운 목각인형 모두 그가 손수 만든 또 다른 분야의 작품들이다. 작업실의 큰 창으로는 넓은 잔디마당과 100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옛 한옥인 그의 고향집이 보인다. 그저 있기만 해도 즐거울 것만 같은 그런 곳에서 작업을 하는 그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홍대 근처에도 개인 작업실이 있지만 조용하고 집중이 잘 되는 이 곳이 저는 참 좋습니다. 지방이라 재료를 구하거나 할 때는 좀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일주일에 며칠은 출판사 쪽 사람들도 만나고 재료도 구하러 서울에 올라가 있으니 일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습니다. 올라와 있을 때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모임인 ‘감자꽃’에도 나가 소식도 듣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냅니다. “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고교시절 누나가 보던 월간미술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마샬 아리스만’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는 그. 아리스만의 작품을 보자마자 ‘나는 이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전북대에서 시작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담당교수였던 류재수 선생의 소개로 프뢰벨에서 2년 정도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늘 생각하던 뉴욕 유학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고 결국 꿈에 그리던 마샬 아리스만에게 직접 수학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영웅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고, 그 존경하는 스승의 작업과정을 바로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 김삼현 작가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유학생활을 풍요롭게 했던 것은 학교에서의 가르침만은 아니었다. 커리큘럼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를 자극했던 유학생활의 꽃은 바로 자신과 함께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키우며 동고동락한 친구이자 동기들이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가장 많은 뉴욕에서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들과 함께했던 열정과 경쟁은 지금의 김삼현 작가를 있게 한 또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세계 유명한 출판사가 뉴욕에 여럿 있는 만큼 그 곳에는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해 주는 에이전트가 많다고 한다. 작가들도 처음 데뷔는 에이전트를 통해 활동을 시작하고 차츰 자리를 잡으면 독립한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총 계약금의 30% 선으로 적지는 않지만 수수료를 떼고도 한국에서 받는 수임료보다는 많은 액수를 받는다고 한다. 일단 출판을 하게 되면 꾸준히 들어오는 인지세도 만만치 않다고. 한국과는 파이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김삼현 작가의 미국에서의 활동은 뉴욕타임즈의 저널일러스트 몇 장과 동화일러스트레이션 활동을 잠시 했던 것이 전부지만 개인 사정으로 급하게 귀국하지만 않았어도 뉴욕에서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을 작가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유학을 결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그는 “졸업 후 바로 유학을 떠나는 것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을 경험해보고 떠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것이 가서도 경쟁적인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고, 그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는 내공을 쌓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한다.
           
    그의 초기작은 1997년 「물개처럼 헤엄쳐요」 「무지개새」 등 다수 있지만 그 때 했던 작업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쑥스럽다는 듯 슬며시 미소만 짓는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는 김동성 작가, 한병호 작가, 류재수 작가 등을 꼽는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동성 작가는 나이는 저와 동갑이지만 그 분의 작품을 보면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며 작품을 보여줬다. 지극히 평면적이고 동양적인 느낌인 김동성 작가의 작품을 보며 김삼현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스토리 텔러가 되고 싶다는 김삼현 작가. 이를 위해서 지난해 3월부터 이상희, 김서정 박사에게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는 그는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글, 그림 모두 혼자 작업한 그만의 그림책 「달님의 산책」을 보여줬다. 「달님의 산책」은 출판을 위해 현재 몇몇 출판사와 교섭 중이다. 아직 모든 페이지에 컬러를 입히진 않았지만 마무리는 가장 김삼현 다운 재료인 아크릴과 소금의 환상적인 마블링으로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작가 김삼현. 오직 그림을 통해서만 세상을 만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온통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작가적 순수함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란다. 




    Editor_ 전선미 ( E-Mail : guroemo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