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세함으로 그리다 박지훈 [20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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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8
  • 조회수 : 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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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의 끝,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리한 박지훈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였다. 초행길에 헤매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차로 마중까지 와주신 작가에게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도시와 인접하여 이동이 편리하고 맑은 공기와 물이 흐르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조용하게 작업을 하며 지내기에 최적의 환경인듯 싶다. 탁 트인 커다란 창문 아래로는 여러 가지 화분과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했고, 창문 밖으로는 푸르른 산이 마주 보인다. 


    그와의 인터뷰가 정해지고 난후 그의 그림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성격은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관찰력, 집중력, 섬세함, 정겨움. 그의 작품만 보아도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물론 그림과 성격은 별개일 수 있지만 작품이란 결국 그리는 사람 그대로인듯 하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기자가 느낀 박지훈 작가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며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은 작가라는 것이었다. 작품 한 장, 한 장. 그림책 한 권, 또 한 권이 나오기까지 많은 준비와 인내심이 필요한 그의 작품 세계를 들어보자.




    어린시절의 추억이 그리도 아름다웠던가? 그의 그림속 아이들을 보면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정겨움이 살아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잠시 어린시절을 보내고, 그 후에도 늘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살아온 박지훈 작가. 따뜻한 감수성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늘 그림그리는 것이 좋았고, 형들과 취미로 만화를 그리면서 그림그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미대를 진학하게 되었다. 입시를 앞두고 여러 분야의 그림을 접해 보았지만 먹의 선과 느낌에 매료가 되어 동양화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가가 아닌 일러스트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대학시절 폭넓게 회화공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형편과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그는 조교로 활동하면서 특별활동 특강섭외를 맡게 되었다. 특강을 위해 한병호 선생님을 섭외하고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회화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이러한 방향도 있구나,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강을 계기로 후배나 동기들에게 일러스트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일러스트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한두명씩 생기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데뷔를 지켜보며 박지훈 작가도 본격적으로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연을 이어가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작가들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그림책 일러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그의 그림책과의 인연은 어찌보면 필연이 아니였나 생각해 본다.

    그의 첫 그림책 작품은 2001년도 예림당에서 나온 [어멍 어디 감수광?] 으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린 첫번째 그림책이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숙련된 그림을 선보였던 그는, 이후 [똥떡] [고무신 기차] [큰 가시고기 이야기]등 사실적인 이야기를 그림책에 맞는 화법으로 부드럽게 표현하는 자기만의 그림책 세계를 이루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의 일러스트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하며 서울의 한 사무실에 갔다가 작가로 활동중이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던 것. 당시 사무실에서 함께 활동하며 힘들때마다 도움과 격려를 받으며 지내다가 자연스레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내는 현재 다섯살의 아들을 돌보면서도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매일매일 함께 지낸다면 행복일까? 불행일까? 의구심을 보내는 기자가 민망할 정도로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그는, 지금의 작업실로 옮기기 전까지는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적이 없을 정도로 늘 함께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최근들어 조금 떨어져 있는 시간들이 오히려 어색하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를 두고 천생연분이라 하나보다.






    적당한 과장과 불필요한 묘사의 생략은 그림이 사진보다 섬세하고 따뜻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매우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작업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 밖으로 나가 현지를 탐사하고 자료들을 사진에 담아 돌아오는 일은 이제 생활의 일부분일 만큼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2년동안 준비하며 작업하고 있는 한강 줄기에 관한 그림책을 위해 한강의 시류를 찾아 탐사하고, 남한강에 이르기까지 직접 발로 뛰며 스케치 하고, 사진을 찍으며 한강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가고, 일반인이라면 생각해 볼 수도 없는 많은 부분들을 연구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러한 과정이,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들이 결실을 맺어 한 권의 그림책이 되어 이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크나큰 기쁨이고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로서 이어지는 작업에만 몰두하다보면 창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여건만 허락된다면 잠시라도 쉬면서 여유를 가져야 발전이 있다고 단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얼마전 회화적 디테일에 대한 연구를 위해 약 일 년반 정도 중국에 다녀왔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열악한 중국 일러스트레이션 시장 속에서도 중국 작가들은 디테일을 요구하는 작업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한다. 쉽게 빨리 나온 책보다는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박지훈 작가에게는 중국의 디테일한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만족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중국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작업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작품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들도 함께 연구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늘 빠듯한 삶속에 있지만 이 일을 하며 내 아이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행복하다는 그는 지금까지는 생활고에 못 이겨 무턱대고 일을 받아 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줄이고, 현재도 많이 줄여 왔지만 그가 접해 보지 않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대상으로 더 많이 연구하여 그 분야에 대해 내공있는 그림, 쉽게 만들 수 없는 그림책에 대한 열정도 내비친다. 




     


    얼마전 이웅기, 하현이 선생님 작업실과 함께 자리한 <모루일러스트>. 처음에는 취미생들 위주로 가르쳐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더 내어 일러스트전문 학원의 규모를 갖추면서 서울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교육원과는 차별된 '모루'만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현재는 인원이 얼마되지 않지만 가족같은 분위기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대로 같은 층에 강사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어 학생들은 작가들의 작업 진행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실제로 가장 필요한 실무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로 인해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신선함이 자극이 되고 활력소가 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양주 지역의 특성상 많은 회화작가들이 주변에 있는데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에게 회화와 일러스트가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을 알려주면서 함께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라고 덧붙인다. 그림이 절로 그려질 듯한 정겨운 분위기가 '가족'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인듯 하다. 






    그는 일러스트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꾸준한 노력과 끈기로 도전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어느 대학을 나오고 무엇을 얼만큼 배웠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이 역시 말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항상 발전하고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는 기성작가도 신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인이라면 더더욱 그런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늘 연구하고 끝없이 도전해야 하며, 힘든 과정속에서도 끈기를 발휘하여 참고 인내하는 것. 그러한 노력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작업의 소스는 호기심으로, 그 호기심의 시작은 불타는 열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박지훈 작가.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연구하고 배워야 할 과제들이 가득하다. 배우며 작업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하고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을 쏟아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싶다는 그의 도전에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며 그와의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Editor_ 김희정 ( E-Mail : khj00227@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