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김한나 [2009.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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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7
  • 조회수 : 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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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가 살짝궁 어깨를 적시던 날. 오늘은 특별히 풋풋한 젊은 작가를 만나보려 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김한나 작가. 홍대정문을 지나 골목을 오르며 꼭꼭 숨어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기가 길눈이 어두운 기자에게는 쉽지 않았지만, 인쇄된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결국 찾아낸 그의 아지트. 널찍한 원룸에 마련된 그의 작업실은 갖출 것만 갖춘, 건조한 듯 구석구석 눈에 띄는 아기자기함이 작가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줍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그의 첫인상은 앳된 소녀. 시원한 냉수 한잔을 얻어 마시며 숨을 돌린 후 마냥 소녀같은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미대진학 실패 후 도예과에 입학했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분야가 아니라 학교는 1학기만 끝낸 후 그만두었다. 이후 상계동에 있던 공동 작업실에 들어가 무작정 그림을 그렸다. 3년 이라는 시간동안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갖고 그림을 그리던 김한나 작가. 마침 그림책 쪽 일을 하고 있던 작업실 운영자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고 한다. 작업실에서 나온 후 1년 정도 집에서 포트폴리오 작업을 한 뒤 산그림에 작품을 올렸다. 작품을 올린 뒤 출판사의 러브콜을 기대 이상으로 받았다고. 본인은 그 기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렸다고 하나, 그 시간이 지금의 김한나를 있게 한 중요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데뷔 후 김한나 작가는 2~3년 동안 정신없이 작업을 했다. 공들여 만든 그의 포트포리오가 출판사들의 마음에 들었던 것. 대교 「여우와 두루미」, 기탄동화 「꿀벌 마야의 모험」, 웅진 「어디 숨었니」, 여원미디어 「환희의 6번째 생일」 등 여러 권을 작업하며 서서히 일러스트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끝내고 난 뒤 편집자의 반응을 감내하기엔 젊은 작가 김한나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는 이후 작업량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과 휴식을 갖기로 한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으며 카페 아르바이트와 가끔씩 의뢰 들어온 작업을 띄엄띄엄하며 지금까지 길다면 긴 시간인 3년 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창작그림책에 관심이 많다는 김한나 작가는 지금까지 [똑똑똑 누구세요?], [고양이는요?], [잠이 오지 않는 밤], [너랑 같은 방 안써] 등 네 권의 창작그림책을 탄생시켰다. 특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보림 출판사에서 1년 동안 보관하며 출판을 고려할 정도였다고.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중 하나로 꼽는다. 위의 그림책 제목을 클릭하면 플래시작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너랑 같은 방 안써」는 서로 상반된 성격의 자매가 함께 생활하며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표현한 책이다. 외동딸로 자란 작가에겐 생소한 소재로 형제, 자매와 함께 자란 친구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내면의 이야기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첫 번째 작품이라 본인 스스로 작가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한다.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생각 중입니다. 예전에는 출판사나 편집부 마음에 드는 그림 스타일에 얽매여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장 나 다우면서, 누가봐도 좋아할만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창작 그림책 작가에 제 정체성을 두고 있지만 여러 분야의 일러스트를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라고 답하는 그.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 그의 그림을 보다보면 어설픈 듯 왠지 보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간에 대한 애정의 표현일까?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옆 테이블에서 그의 관심을 끄는 재미있는 얘기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쪽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재미있어 자신도 모르게 붙은 습관 같은 것이라고. 타인의 이야기와 생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어쩌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김한나만의 비밀병기가 아닐까?

    개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요즘. 김한나 작가는 영화, 책, 사진 등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로 캐릭터 위주의 예전 스타일에서,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 중이라고.

    그의 개인 작업 중 오른쪽 세번째 그림의 [see sea]처럼 연출에 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한 장면을 봐도 전후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다. 역시 그림책 작가로서 자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의 그림에서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공판을 이용한 아크릴화 라는 점이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다른 느낌을 주는 기법상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표현하고 싶은 형상을 그린 후 종이를 오려 스펀지로 찍어서 표현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이 일반 아크릴화와 다른 것. 이에 대해 김 작가는 붓질을 계속해야 하는 아크릴화 보다는 판화의 과정이 자신과 더 잘 맞는 것 같다며 당분간은 이 기법을 이용할것 같다고 한다. 기법을 듣고 난 뒤 그의 작품을 보니 훨씬 더 정감이 느껴지고, 그와 작품이 한 번에 이해되는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TV가 해로운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상상력의 저하 문제가 아닐까? 김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느낀 점은. ‘그림을 따라가며 펼치는 상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작가는 진정 그림책작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를 봐도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Lisbeth Zwerger (리즈벳 츠베르거) 를 좋아한다는 김한나. 그 이유에 대해 “츠베르거의 그림은 행복하고 익살스러운 그림 이라기보다는 정적이고 표정도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얼굴을 자르는 등. 묘하게 컷팅된 장면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라고 답한다.

    영국작가 Anthony Browne (앤서니 브라운) 도 빼놓지 않는다. 치밀한 계산에 의해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아 이런게 있었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이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한다.

    → 할머니 치마를 바라보던 검은고양이가 프린트된 동물들과 어울리는 모습. 고양이 상상속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표현되었다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여의도 아트페어, 미술이 만난 바다 등 수회의 단체전을 경험했던 김한나 작가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에서 ‘동화 개인전’을 진행했던 특별한 경험이 있다. 그림에 관심이 많던 커피숍 사장님의 아버지 덕에 할 수 있었던 전시회였다고 한다.

    당시 김 작가 본인은 서빙을 하면서 카페에 들른 손님들의 관심과 반응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었다고. 곰, 토끼 등 동물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로 총 10점을 전시해 5점 정도가 판매되었는데 즐길 수 있었던 전시회라 기억에 많이 남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휴식 기간 동안 그가 중점을 두었던 점은 일과 개인 작업을 매치시키는 것. 자신 있게 “내 그림이다.”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을 그리는 것이다. 다행히 홍대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카페에도 자주가고, 끊임없이 드로잉 연습을 하며 자유롭지만 그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에게 있어 나의 것을 창조해낸다는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인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속도를 멈추고, 홀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놀고 있다고 표현하는 김작가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천천히 자기만의 시간을 걷고 있는 작가를 너무 일찍 재촉하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기만 하면서도 작가 김한나 안에 꽁꽁 숨어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어서 빨리 터져 나와, 아이들이 그의 창작그림책을 읽으며 상상력의 세계를 키워가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의 인터뷰를 마친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내지이미지





    Editor_ 전선미 ( E-Mail : guroemo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