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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미니어쳐 입체일러스트레이터 박선영A [200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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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7
  • 조회수 : 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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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처럼 그 표현 방법과 기법이 다양한 분야가 또 있을까?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2월의 어느 목요일 오후.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아기자기한 미니어처와 입체 일러스트레이터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선영 작가 를 만나보았다. 작업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따뜻한 차와 맛있는 쿠키를 대접하던 박선영 작가의 첫 인상은 맘씨 좋은 사촌 언니 내지는 깔끔한 살림 솜씨를 자랑하는 베테랑 주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간단한 다과 후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그의 작업실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기자는 터져 나오는 탄성과 감탄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진열장에 전시된 그의 지난 작품들과 아직 작업대 위에서 작업 중인 미니어처 조형물들의 깜찍한 완성도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열정과 끈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솜씨 좋은 일러스트레이터 박선영의 이야기와 앞으로 그의 포부를 들어보자.




    그도 처음부터 입체 일러스트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학부졸업 후 일러스트 아카데미 탱크에 몸담던 시절, 사실적이고 섬세한 기법이 특징인 테크니컬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늘 동화 속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동경해 왔던 그는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당시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박선영 작가는 강릉대 졸업반 시절 테라코타 수업을 떠올리게 된다. 손끝에 전해지던 흙의 감촉과 그로부터 완성된 조형물들… 길고 긴 고민 끝에 결국 ‘흙 작업’을 생각해 낸 박선영 작가. 그 때부터 ‘흙으로 인형 만들기’는 그의 취미생활이 되고 말았다.



    이 때는 오직 흙으로만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나 작은 집등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99년 출판미술대전에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테라코타 작업을 한 인형에 가벼운 채색을 가미한 작품으로 특선을 받게 되었다. 수상 후 동화책 작업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박선영 작가는 새샘 출판사와 계약을 맺게 된다.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이 두 권은 그의 처녀작. 당시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박 작가는 집에서 작업을 하며 4~5달 만에 작업을 완성했다. 시간도 꽤 오래 걸렸고 페이지 당 5만원에 불과했던 작업이었지만 박선영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출판되는 책이라 인쇄된 책을 받아본 순간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 줬다고 한다.




    사실 그의 남편은 자연과학과 다큐멘터리 일러스트 작가인 오현균 씨다. 박선영 작가가 탱크에서 근무하던 중 만나게 된 두 사람. 지금은 슬하에 아들, 딸 2명의 자녀를 두고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일과 결혼생활을 동시에 시작하게 된 박선영 작가가 작가로서 고민이나 슬럼프에 빠질 때면 남편인 오현균씨는 어김없이 그의 옆에서 적절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남편의 그러한 사랑과 관심은 육아와 살림으로 작업을 할 수 없어 힘들어 하던 박선영 작가가 새로운 도전으로 돌파구 찾을 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다. 그 힘은 곧 대학 때부터 줄곧 창작동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박선영 작가가 작업을 잠시 접었을 때에도 항상 동화 일러스트에 대한 생각만은 잊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들고, 칠하고, 접착해야 하는 과정이라 작품 당 소요되는 정성은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작품마다 기획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 작품 당 소품과 인형을 완성하는데 하루 3~4시간 작업에 1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우스 하나를 채우는데 1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니 그 인내력과 정성이 대단하기만 하다.

    왠지 값비싼 재료들이 많이 쓰일 것 같아 재료와 비용에 대해 던진 질문에는 “정해진 재료는 없어요. 그저 생각하기 나름이죠. 주변에 널려 있는 것을 모두 재료로 쓴답니다. 산책하면서 주워온 열매나 지푸라기는 물론이고, 폐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자투리천도 모아서 쓰고, 세제 뚜껑, 아이들 학용품, 생활 용품 등 뭐든지 재료가 됩니다. 나무도 틈틈이 주워다가 깎아 놓는답니다. 집 지을 때 쓰려고요. 모두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점토, 물감, 붓, 도구와 일부 액세서리 정도만 고정적으로 구입합니다. 어떨 땐 도구도 제가 만들어서 쓰기도 하는걸요.”라고 답하며 웃는다. 참으로 부지런한 모습이다.





    2005년 둘째를 낳고 몇 년 작업을 쉬게 된 박선영 작가는 ‘한국 미니어처 돌하우스 협회’에서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돌하우스에 가구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화를 메인 테마로 잡아 주인공인 인형을 넣어보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미니어처와 동화를 접목. 그의 풍부한 동화적 감성을 돌하우스로 표현해 내는 컨셉이다. 그 대표작이 「눈의 여왕」과 「콩눈이 마을」시리즈다

    「눈의 여왕」은 평소 시골의 전원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를 즐겨 표현하던 분위기를 벗어나 환상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로 처음 시도해 본 작품이다. 일단 환상적인 분위기로 기획을 한 후 전후좌우에서 보이는 하우스의 모습과 소품, 가구 스케치를 거쳐, 그에 어울리는 인형을 제작했다. 모자란 소품은 동대문 부속 상가나 강남터미널에서 구한 재료를 이용하여 마무리 했다. 이 작품은 특히 반짝이는 재료를 많이 사용했는데, 비즈, 반짝이 가루, 구슬 등을 틈나는 대로 수집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완성 후 손수 촬영을 하고 포토샵으로 기본적인 작업을 거치면 드디어 원하는 영상이 만들어 지는데, 박선영 작가는 컴퓨터로 마무리 작업을 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한다.




    「콩눈이 마을」은 가장 박선영다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평소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자연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질 바클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그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박 작가의 작품과 질 바클렘의 그림책을 펼쳐 비교해 보면 어쩜 그렇게 완벽하게 재현을 해냈는지 다시 한번 그의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콩눈이 마을」은 일단 컨셉을 잡은 후 구상을 하기까지가 좀 까다로웠다고 한다. 집모양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그 만의 아이디어로 훌륭하게 완성했다. 고무공 표면에 한지를 붙여 말린 후 공은 바늘로 터뜨려 제거해 둥그런 집 모양을 완성. 그 위에 점토를 붙이고 핸디코트와 찰흙을 섞어 발랐다. 다시 지푸라기와 흙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 집을 완성했다. 모든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보통 창작력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의 또 다른 취미로는 예쁜 소품 사진을 찍는 것과 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물론 그냥 돌아다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니면서 적당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도 구석구석 알아두고 있다. 물론 책도 많이 읽는다. 이 모든 작업은 항상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박 작가의 아이디어 뱅크에 차곡차곡 쌓여 그가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다.

    [보통 인형의 집으로 알려진 돌하우스는 독일 귀족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안에 가구까지 모두 미니어처로 채워 소장을 하거나 선물을 하는 용도에서 유래되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영화 소품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광고나 CF 쪽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의 꿈은 역시 스토리 텔러가 되는 것이다. 꼭 창작그림책 작업을 하고 싶은데 그 첫 번째 작품으로 딸아이가 7살 때 지은 「빵마녀 이야기」를 다듬어 출판하고 싶다고 한다. 「빵마녀 이야기」는 초등학생이 지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도 재미있다. 이제 2학년이 되는 박 작가의 딸은 A4지를 반으로 접어 빵을 좋아하는 빵마녀에 얽힌 에피소드를 적고, 직접 그린 그림으로 아주 훌륭한 한 권의 동화책을 만들어냈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동화를 좋아하는 감성적인 작가 박선영의 앞으로의 계획은 동화 미니어처 일러스트를 계속 하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 소품과 같은 방송관련 작업도 하고 싶다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거쳐 나중엔 전시장을 겸한 자신만의 미니 박물관을 하나 갖고 싶다는 소망도 얘기한다. 꾸준히 노력하는 박선영 작가의 꿈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Editor_ 전선미 ( E-Mail : guroemo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