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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성 일러스트레이터 전혜령 [200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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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6
  • 조회수 : 3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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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연휴 동안 소복이 쌓였던 눈이 말간 햇살아래 사르르 녹아 내리던 어느 오후. 분당에 위치한 전혜령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던 날,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시원 시원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기자는 드디어 문 앞에 도착. 호흡을 가다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고맙게도 그는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긴다. 곧이어 작업실 한 구석 어설프게 자리잡고 앉은 기자에게 편하게 말을 걸며 어색한 분위기를 금새 화기애애하게 바꿔놓는다. 함께 살고 있는 샴고양이 웰치와 마르티스 미남이도 갑자기 방문한 손님의 존재가 궁금하다는 듯 인터뷰 내내 주변을 맴돌며 환영해 주었다.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과 인간미가 매력인 작가 전혜령. 그의 그림 속에 숨겨진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전혜령 작가는 자신이 지금처럼 작가로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가장 든든한 배경은 바로 하나님이었다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사실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하나님과 무관하지 않다. 경원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던 학부 시절, 우연히 기독교 출판사 모퉁이돌에서 「구두수선공이 만난 하나님」의 작업을 제안 받았다. 전체를 펜화로 작업한 그 작품이 바로 전혜령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한 처녀작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혼자 이리저리 궁리하고 연구한 끝에 완성. 전혜령이라는 이름이 담긴 책을 받아 보았을 때의 가슴 뭉클한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구두수선공이 만난 하나님」은 그의 첫 번째 작품이자 그를 지금까지 일러스트에 몸담게 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사실 그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 졸업반 시절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구두수선공이 만난 하나님」을 맡아 우연히 일러스트를 접하게 된 전혜령. 능력만 있다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러스트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선생님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고. 일단 마음을 굳힌 그는 체계적인 일러스트 교육을 받기 위해 바로 코리아 아트 스쿨에 등록, 학원에서 일러스트의 기본을 배우게 된다. 몇 달 동안 학원에서 일러스트의 기초를 닦은 후 금성아트콤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금성아트콤에서의 직장생활은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그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평생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결혼 후 잠시 일에서 떨어져 살림과 육아에 지쳐갈 무렵, 다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하나님의 도움이었다고. 기독공보사에서 일주일에 1장씩 동양화 풍이 가미된 형식으로 삽화를 부탁했고, 1주일에 한 장씩 작업을 해나가면서 접어놨던 작가의 꿈을 서서히 다시 펼칠 수 있었다. 역시 이때도 전작업을 혼자 힘으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고 한다. 이 작업 후 구도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히 얻어낸 전작가는 다시 한번 모퉁이돌과 손을 잡게 된다. 「아름다운 성경이 그 작품. 「아름다운 성경」은 전혜령 작가가 처음으로 일러스트에서 색을 사용하게 된 작품이자 장장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업을 하며 그 기간 동안 울고 웃던 자신의 모든 생활과 삶이 투영된 작품이라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동양화 물감, 아크릴, 포스터 칼라 등. 가끔 특별한 효과를 내기 위해 색연필이나 파스텔도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탕이 되는 종이다. 특히 종이에 민감한 전혜령 작가는 예전에는 주로 화선지를 사용하다가 작업이 발전해 나가면서 여러 종류를 종이를 쓰기 시작했다고. 특별한 콜라주 기법을 위해 요즘엔 고서화도 쓰고 있다. 사실 그의 재료는 주변에 널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들이 쓰는 반짝 가루가 든 풀이 나, 초대상에 어울릴만한 고급 냅킨 속의 패턴도 그가 쓰면 모두 감쪽같이 멋진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또 하나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는 동양화 물감과 포스터 칼라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다. 선명하고 밝은 색감을 나타낼 때 포스터 칼라가 적당하지만 포스터 칼라 하나만 사용하게 되면 물감이 마르는 과정에서 쉽게 떨어지게 된다. 이 때 동양화 물감을 적당히 섞어 쓰면 원하는 색감을 얻어낼 수도 있고 물감이 아교역할을 해 마감 후에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섞는 분량은 감에 의존한다고 하는데 아무나 할 수 없는 기법인 것 같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함께 거칠고 불규칙적인 드로잉이 특징이다. “자로 잰 듯 똑 떨어지는 느낌보다는 조금은 모자라 보이더라도 자연스럽고 정감 가는 그림이 좋아요. 역시 그림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진짜 그림 아니겠어요.”라며 웃는다. 확실히 그렇다. 왠지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 러프한 터치 속에 숨어있는 프로의 손길과 눈길을 확 잡아끄는 예술적인 색감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의 집 보물 상자 속에 가득 들어 있는 지난 작품들을 감상하며 기자는 연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책은 여원미디어의 「해와 달」이다. 슬럼프 극복과 함께 그가 콜라주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다. 총 8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것저것 구상하고 고민하느라 실제로 작업한 시간은 4개월 정도. “아크릴로도 작업을 해봤지요. 근데 계속해서 덧바르고 하는 작업이 저한테는 잘 안 맞았어요. 그러던 중 출판사에서 콜라주로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앞으로도 다른 재료와 기법들을 시도해 보겠지만 지금은 콜라주가 저하고 딱 맞는 것 같아요. 작업할 때가 너무 즐겁습니다“

    요즘에도 콜라주에 푹 빠져 지낸다는 그는 “익숙하지 않아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어 몸살을 앓을 정도였지만,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해와 달」한 권을 완성했습니다. 완성작을 보니 언제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던 걸요. 솔직히 한번 해보고 나니까 다음 작품 진행하는데 수월한 면도 없지 않고요.“ 라며 그의 슬럼프 극복기를 들려준다. 100% 수작업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전혜령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콜라주는 기자가 봐도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그의 그림을 보면 ‘참 욕심이 많은 작가로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 그의 하루 작업시간은 보통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잘 될 때는 10시간 이상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리랜서 작가이자 주부이니만큼 작업과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그만의 스타일대로 지혜롭게 조절하고 있다. 지금은 중3인 아들의 교육때문에 분당 아파트에서 방하나를 작업실로 쓰고 있지만,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정원이 있는 넓은 집에 살고 싶다고 한다. 화초와 동물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발휘해 이 것 저 것 가꾸며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구하고, 작업실도 넓게 꾸며 좀 더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역시 그림 작가라서 일까? 불혹을 넘긴 그이지만 마음이 참 소녀 같다.

    예전과 비교해서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의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요즘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숫자가 많아진 것 같아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한 분야에 몸담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집단을 대표하는 목소리도 차츰 커질 것이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림이 좋지 않으면 그 안에서 견뎌내기도 힘들어 지겠지요? 그림 전에 참가하는 등 외부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네요.”라고 답한다.




    그가 작가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박철민, 한상수, 양해원, 최철민 등 15명의 작가들이 함께 했던 이미지전이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이미지전 이후에는 굳이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출판사에서 알아서 먼저 연락을 해 온다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산그림에 작품을 올려도 어떻게들 알고 전화가 와요. 어떨 때는 올리자마자 하루도 안돼서 출판사 전화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라며 산그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전혜령 작가의 그림 홍보에 우리 산그림도 한 몫을 한다니 참 반가운 소리다.

    그는 이제 작가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 역시 한컷 삽화로 시작해 그림책 전문 작가가 되었지만 좀 더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아직도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채찍질을 가한다고.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생활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작가로서 긴장감이 없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모여 이제는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전혜령 작가. 앞으로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라면 부지런히 작업을 해서 언젠가는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작업하는 중간에 틈틈이 혼자만의 작업을 조금씩이라도 해나가고 있다. 개인전을 하게 되면 한층 성숙해진 작가 전혜령의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전에 초대전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참가하고 싶다는 뜻도 덧붙인다.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전혜령 작가의 순수한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의 바람대로 영원히 지속되기만을 기대해본다.


    Editor_ 전선미 ( E-Mail : guroemo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