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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로 그린 그림 최용호 [20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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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
  • 등록일 : 2015-06-08
  • 조회수 : 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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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부신 6월, 쏟아지는 태양볕에 반짝 반짝 빛나는 한강을 건너 문래동에 위치한 최용호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커녕 강한 햇빛 줄기 한 자락도 걸러내지 못 할 만큼 구름 한점 없는 맑은... 사실은 무척이나 무더운 날이였다. 그렇게 도착한 작가의 작업실은 문래동, '철이 국가경제를 지탱해준다’고 믿었던 시대를 지나 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 섬처럼 남게 된 문래동. 여전히 2000 여개의 철공소가 남아있는 낡고 오래된 공간속에 다양한 작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동네이다.


    주변에 철공소들이 있어 약간의 소음이 있었지만 내가 들어선 최용호 작가의 작업실은 판화 작업을 하기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었다. 판화작업을 주로 하는 작업실답게 수많은 연장과 자료들을 보관하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였다. 무심한듯, 연출인듯,, 벽에 걸려있는 그의 그림들에 빨려들 듯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본다. 섬세하고 치밀한 그만의 판화작품은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과 함께 작품에 담겼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묵직한 느낌을 전해준다. 산그림 갤러리를 통해 친숙하게 보아왔던 작품도 실제로 보니 그 포스가 확연히 다르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아직 시도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인터뷰는 시작되고 있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현대미술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졸업 후 진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야 했던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하게 되었고, 약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2년,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게 된다.





    대학 재학시절 두 학기의 판화 수업을 제외하고는 판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몸을 많이 움직이며 노동하듯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판화의 기법에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점차 판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면서 조금 더 깊이있게 배워볼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가 택했던 것은 내 나름대로 표현해 내는 또 다른 판화의 세계였다. 돌아보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히려 나만의 작업방식을 찾아가면서 점점 발전해 왔다고 한다.

    판화의 종류에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그의 재료는 다름아닌 종이이다. 하드보드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밑그림을 보며 파내어야 할 부분을 칼로 오려 내어 종이의 한 겹을 걷어내고 찍어내는 과정을 거듭하며 이미지를 완성해나간다.

    판화하면 보통 거친 모서리와 각진 형상을 머리속에 떠올려 볼 수 있는데, 작가의 작품은 둥글둥글, 때로는 또박또박, 표현하고자 하는 라인의 느낌이 최대한으로 살아있다. 흑과 백 사이의 중간 색조 부분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이 특징적이다.

    그림의 전체적인 무게와 라인을 잡아준 작업 위에 컬러링이 시작된다. 잉킹되는 라인과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의 강한 블랙이 다소 어둡고 강한 느낌을 줄수도 있겠지만 의도한 중간색의 공간과 나머지 컬러링이 들어갈 공간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작가만의 또 다른 감성으로 대변신한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세심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한 작품이 탄생한다. 어떠한 작품인들 쉽고 빠를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기자가 직접 본 작업의 현장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집중하고 견뎌야할 끈기와 인내가 엿보인다.

    평소 시사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도 귀를 기울인다. 가끔 이런 이야기들을 그림속에 담기도 한다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의뢰가 들어오는 그림들도 다소 무거운 주제, 미스테리, 철학적인 내용들인데 그런 소재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큰 불만 없이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판화작업을 고수해 오며 많은 이들이 이 작업스타일이 맘에 들어 찾아 주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한다. 




    <다수의 책표지 작품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속에서도 작가는 무관심해 질 수 있는 작은 일들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고 있다.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따금 전시를 갖기도 하고, 문래동 작가장터 ‘선데이문래’의 홍보 포스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시장의 흐름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아직은 조심스럽게 공개되지 않은 여러가지 것들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한해, 한해 더해 갈수록 더욱 확고히 자리를 잡고 모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러스트시장이 되기를 기자도 마음속 깊이 바란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산그림을 통하여 16명의 작가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후 전시회를 갖기도 하면서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도 그때를 추억하면 뭔가 설레이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思考16+2' 멤버들에게 안부인사 드리고 싶네요.”

    또 오랫동안 어린이책방 '초방'에서 일하며 벼룩시장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http://chobang.com 에 가면 그동안의 초방벼룩시장 모습들을 볼 수 있다.

    2001년 설립된 'mqpm 메니지먼트 http://mqpm.net' 의 초창기 멤버로 여전히 mqpm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 대학원에 입학했다. 쌓아올린 많은 일들을 등지고 어디론가 훌쩍 도망가고 싶었던 욕구에 대한 핑계거리가 필요했던 그는 대학원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단순한 도망이 아닌 일과 관련된 작업에서 한걸음 떨어져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많을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싶었던 것. 그러나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였다고...

    작가로서 탄탄히 기반을 잡아온 그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대학원 생활에만 집중하기가 쉬운일만은 아니였을 터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그림책 작업과 틈틈이 단행본 소설의 표지와 내지작업등의 일을 하며 다른 활동들에도 소홀하지 않고 직접 발벗고 나서 기획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문래동 작업실에 들어와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지금처럼 많은 작가들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철공지대로 이루어진 이곳은 1층에는 철공소가 있었고 그 건물의 2,3층에는 비어 있는 공간들이 많아 작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는 작가들의 작업실만 70여개, 약 200명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자생적인 집단창작촌으로 거듭나며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많은 작가들이 모여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재미있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전시가 열리고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서로 어울리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선데이문래'라는 작가장터가 열린다.

    장터에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팀을 이루거나 각자 참여하여 직접 만든 작품과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선보이고 연극과 퍼포먼스, 길거리 공연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작가들, 그리고 그의 친구들 또 동네주민들이 나와 '선데이문래'를 즐긴다. 또 문래동 작가들이 돌아가며 '선데이문래'의 포스터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데, 최용호작가가 제작한 문래동의 동네 풍경이나 작가들의 모습을 그려 넣은 포스터가 인상깊다.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선데이문래'의 풍경들이 궁금해 진다. 

     




     


    “좋아하는 것을 두 개만 꼽으라면 책과 자전거입니다. 둘 다 몸이 관여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거든요. 책과 자전거는 저의 인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의 일러스트레이션 첫 작업도 자전거 여행이 그 소재가 되었습니다.'

    2002년 여름, 모 잡지사에서 의뢰해 온 내용에 작가는 바로 얼마전 다녀온 자전거 여행을 소재로 4장의 연작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 잡지에 실렸던 그림을 보고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주로 집과 가까운 안양천과 한강, 홍대주변에서 틈틈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한다. 가끔 장거리 여행을 떠날때도 있는데 일본으로 떠났던 두번의 자전거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 일본의 미야자키현에 있는‘키조(木城) 그림책 마을’로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국(異國)의 한적한 시골길들을 지나 도착한 산속 도서관과 오두막에서의 고즈넉한 하룻밤을 제 몸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했던 기억들은 머릿속이 아닌 바로 제 몸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읽고 싶은 책 몇 권 가방에 넣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떠나는 꿈을 꾸곤 합니다.“  







    과연 내 그림이 어디에 쓰이면 좋을까, 이렇게 그리면 출판사가 내 그림을 써줄까? 독자들이 내 그림을 좋아해 줄까?... 등의 자기 검열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자꾸 나의 그림을 쳐내게 된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독자에 대한 배려와 고려가 지나치게 되면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노력, 고민과 자기검열은 다릅니다. 자기검열은 일종의 두려움과 조급함일 뿐 입니다.” 이는 자신만의 개성을 잃어 버리게 하는, 작가로 활동함에 있어서 매우 위협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최용호 작가는 현 시대의 많은 작가들이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소극적인 틀에서 벗어나 아주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자신의 개성을 더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서있는 이 땅의 보살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예를 들어 돌과 자갈이 가득한 척박한 땅이 있어요. 척박하지만 꽃은 피고, 힘들겠지만 열매도 맺겠지요. 그 꽃과 열매에만 연연해 하지 말고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을 위해 모두 함께 자갈도 골라내고 퇴비도 좀 뿌려주면 더 좋은 땅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너무 앞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모두 함께 땅을 돌보자는 작가의 속깊은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의 분야에서 그림책시장이 크다 보니 그쪽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치우쳐 진것은 아닌가 작가는 생각해 본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자체가 쓰임이 많은 그림입니다. 도전하는 곳에 또 다른 가능성있는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라며 더 넓은 다양한 분야로 나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세계는 막연히 기다린다고 오지는 않습니다. 시장의 협소함과 독자의 무관심을 탓하기 이전에 작가 스스로 자신의 시장과 자신의 독자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작년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이탈리아 출판사 꼬라이니 http://www.corraini.com 의 아티스트북 세미나를 기획하면서 이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아티스트북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그림책이라 지칭하는 많은 책들을 이곳에서는 아티스트북이라 칭한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적 감각으로 만들어진 모든 책들이 ‘아티스트북’이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집어들었을 때 느껴지는 특별한 촉감이 있다고 한다. 그 촉감이란 책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 아마도 갖고 싶다는 구매자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그림책이라 하면 구성과 그 내용들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전자출판이 활성화되고 책을 구매하는 일들이 줄어든다면 이처럼 구매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갖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이 아날로그 책들이 가야할 방향은 아닐까 싶어요.” 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런 개념에서 작가는 2009년에 개인적으로 ‘book cover book’라는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작업해온 표지 그림들과 짤막한 글을 모은 일종의 개인 화집 개념으로 만들어졌고 다음 책으로는 명함과 기억에 관한 책을 준비중인데 제목은 아마 ‘namecard book‘이 될 것 같다고...

    현재의 작업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 나갈 수 있음과 작가를 찾아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최용호 작가.
    판화가 아닌 드로잉베이스의 그림도 그리고 싶고, 또 다른 방식의 판화기법도 연구하고 싶고, 비주얼적인 아티스트북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도 훌륭하지만 그의 10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이다.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작업에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며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Editor_ 김희정 ( E-Mail : khj00227@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