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07-08
    4717
  • 그림작가 임대환
  • 글작가 임대환
  • 페이지 46
  • 발행일 2014-07-08
  • 작가후기
    어느 날 딸이 어린이집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코에서 까만 콧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이상하였지만 먼지가 들어갔겠거니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돌아와 딸 아이를 보더니 역시 이상하다며 나에게 물어왔다. 뭔가 수상한 눈치를 채고 급히 손전등을 찾아 콧구멍을 비춰보니 콧구멍 안에 까만 콩 하나가 들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갖은 방법으로 꺼내려고 했으나 모든 수고가 헛일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겁을 먹어 더는 손을 대지도 못하게 악을 쓰며 반항하였다. 하는 수 없이 아내와 나는 딸을 데리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다. 병원에서 처음에 레지던트 의사가 이리저리 해보더니 결국 해결을 못 하고 전화를 하더니 또 다른 선배 의사를 불렀다. 분명 그 선배 의사도 간단한 문제일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해보다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무시무시한 다양한 집게처럼 생긴 의료도구들이 든 상자를 가지고 왔다. 의사 선생님은 나와 아내더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을 단단히 하라고 당부하고 후배 의사와 더불어 콩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콩은 생각보다 깊숙이 그리고 아주 컸다. 한 번의 실패 후 선임 의사는 아주 가는 집게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콩을 아주 잘게 부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아주 작은 콩 조각을 하나 꺼내는 데 성공했다. 콩은 조금씩 부서져 나오기 시작했고 웬만큼 콩이 움직이자 드디어 큰 핀셋으로 시커먼 콩을 빼낼 수 있었다. 결국, 의사 두 명과 나, 그리고 아내가 몸부림치는 딸을 잡고서야 겨우 콧물에 팅팅 불은 콩을 꺼낼 수가 있었다. 딸아이도 엄지손톱만 한 콩을 보고서야 겨우 울음을 멈추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일어난 시점은 내가 그림책 공부를 막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건을 이야기하니 그림책으로 그려 작업해보라고 권하였다. 나 또한 그 날의 소동을 두고두고 딸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딸아이가 철이 들면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너라고도 말해 주고 싶었다. 한 달가량 이야기를 전체적인 이야기는 구성했지만, 막상 작업은 쉽지가 않았다. 이야기와 딱 맞는 스타일의 그림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파스텔, 유화, 수채, 연필드로잉, 갖은 방법으로 작업했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작한 지 겨우 2년 만에 현재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딸아이 대신 코가 긴 아기코끼리, 의사 선생님과 나, 아내 대신 여러 신체적 특징을 가진 여러 동물을 등장시켜 각자 잘났다고 뽐내지만 결국 제일 약한 거미를 도와 서로 힘을 합쳐 결국 콩을 빼낸다는 이야기로…… 요즘도 잠들기 전 종종 콩 이야기를 들으며 딸아이는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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